거렁뱅이도 가을이면 먹을 건 걱정하지 않아도 될만큼 풍성한 계절이다
이웃집 대추를 한줌 훔쳐먹고 살수도 있는 데 이 가을의 백미 중 하나가 도토리와 밤 줍기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도토리는 관상용은 몰라도 전분을 채취 하려면 여러번의 공정과 노력이 많이들어 힘겹고 번거롭다
하지만 밤은 각종 영양소가 풍부한 견과류로 생으로도 먹을 수 있는 과일이며 생으로 먹는 게 찌거나 군밤 보다 좋다고 한다
밤을 주우며 즉석에서 이빨로 껍질을 까고 다시 속껍질을 벗겨내면 오독오독 씹어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좀 텁텁한 타닌 성분이 입안을 떨떠름 하게 하지만 생밤이 오히려 몸에 좋단다
어쩌다보니 전남 영광으로 이사온지도 13년 쯤 됐는 데 둥지를 튼 곳이 밤나무 조림지 앞이다
한 40년 쯤 전에 산주가 소득을 목적으로 4ㅡ5천여평에 밤나무를 심었다고 하는 데 어찌하다보니 관리를 못했고 자식들은 돈이 안되니 방치하고 도회지로 떠났다고 한다
숲 밖에서 보면 밤나무 는 보이지 않지만 이 가을 숲속에 들어가면 밤이 늘 풍년 이였다
흉년인 해에도 풍년이라 칭함은 원체 밤나무가 많으니 노력에 비해 얻는 량이 많기 때문이다
그간 마을 사람들이 주워다 먹긴 했다지만 시골도 고령화 되다보니 요즘은 오가는 사람도 없다
한마디로 다 내꺼다
우리집에선 딱 100미터 거린데 나도 처음엔 밤을 주워다 삶아 말려 보기도 했지만 이젠 그런짓은 안한다
원체 많다보니 쪄서 말려도 쓸데가 없다
그때그때 필요한 만큼 주워다 쪄서 먹고만다
10월 말쯤 되면 그땐 주워다 냉장고에 생밤으로 저장했다 겨울철 군밤으로 이용한다
추석날 부터 알밤이 하나둘 떨어지기 시작 하더니 오늘은 잠깐 사이에 두어되 주었다
잠깐 이래야 비록 100미터 밖에 안되지만 오가는 시간이 더 걸린다
이렇게 주워도 다 못먹어 쪄서 말릴 판이다
이젠 산밤이 됐으니 벌레먹은 놈이 있어 그렇지 밤톨은 실하다
앞으로 보름 이상은 아침 저녁으로 오르내리면 그래도 서너말은 줍는다
멀리가지 않고 입구의 한그루에서만 말이다
전체를 돌아치면 하루 서너말 이상 줍지만 그럴 필요는 없다
아침에 올라가 보면 밤새 멧돼지들이 얼마나 많은지 온 산을 다 뒤집어 놓는다
그놈들도 먹고 살아야지 나만 혼자 먹을 순 없다
야생동물들이 현명하긴 인간 뺨친다
물론 그들은 경험칙에 의한 단순 반복적 행동 이지만 그게 그들의 삶이다
인간처럼 잔머리 굴릴 필요도 없다
언제 어딜가면 무엇이 있다는 것만 알면 된다
그러고보면 동물과 인간의 먹거리가 겹치는 것이다
인간이 양보해야 한다
인간이 그들의 영토를 침범 했으니 말이다
공생은 인간들 끼리만 필요한게 아니다
야생의 그들도 우리와 함께 공생 할 때 인간에겐 더 좋은 환경이 되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