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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고추 따기

너 때문이야 2023. 11. 6. 16:54

오늘은 풋고추를 따야겠다
풋고추는 이맘때 따서 장아찌를 담그면 딱 좋다
금년엔 고추가 비교적 잘 됐지만 건고추 수확은 하나도 못했다
그래야 청양고추 25주  심었으니 잘되나 안되나 따봐야 얼마나 따겠나만은 그래도 좀 섭섭하다
홍고추 수확을 못해서가 아니라 말리는 기술이 없어 늘 실패 했었다
고추는 말리는 기술이  가장 중요하다
건조기가 있을 땐 건조기에 말리니 신경 안썼지만 간조기가 고장난 이후로는 건고추 생산을 못해봤다
그렇다고 건조기는 큰데 고추 1채반 말리려고 건조기 돌리기도 뭣해서 양건을 하려고 고추를 따서 그늘에 몇 일 뒀다 햇볕에 말려도 희나라가 된다
기술이 부족해서 생기는 일인데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

품질좋은 고추를 수확해도 건조를 잘못하면 때깔이 안좋어져 상품가치가 떨어진다
옆밭에는 아랫말 김씨가 전문적으로 고추만 심는 기술자인데 금년엔 10월 말경 모조리 베어냈다
서리가 내리기 전에 모두 뽑은 걸 보면 병이 심했던 모양이다
김씨는 이제까지 서리가 내린 후에도 보통 12월 중순 까지는 땄었는 데 금년엔 실패한 모양이다
나도 풋고추를 따고난 뒤 베어야 할것 같다
삶의 지혜란 참 묘하다

베지않고 서리를 맞히면 고추도 함께 물러져 못쓰게 되는 데  서리 내리기 전 줄기 밑둥을 베어주면 약이오른 고추는 익는다
선조들의 삶의 지혜인데 그 지혜를 후손이 전수받은 것이다

고추 소비가 급작스럽게 늘어나는 시기가 다가온다
김장철 말이다
우리나라에선 고추 마늘 파 양파가 4대 양념 쯤 될게다
팔아먹을만큼 농사를 짓진 않았지만 희한한건 김장철이 지나면 고추 가격이 폭락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농가에선 김장 전에 팔아야 한다

금년엔 고추 장아찌를 지난해에 비해 곱을 담궜다
지난해 먹어보니 맛있기에 금년엔 커다란 김치통에 가득 담궜는 데 간장만 2통을 부었다
다른 양념없이 담궈고 맛있다

고추는 다년생 작물이라 이맘때 쯤 비닐을 쒸워주면 몇일은 더 견딘다
하지만 귀찮아서 안하는 것이다
과거 먹거리가 부실했던 시절엔 풋고추에 된장이나 고추장만 있어도 밥 한그릇은 뚝딱 해치웠던 시절도 있었다
당시엔 요즘처럼 풋고추 전용 씨앗이 있었던 것도 아니기에 일반 고추가 파란색이면 풋고추라 했었다
어찌나 질기고 억센지 지금 같으면 안먹고만다
세상은 좋아졌어도 인간은 더 나은 환경을 원한다
그게 바로 발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