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개인 행사 중 하나가 밤줍기다
소소한 즐거움이 있는 밤줍기는 꼭 이맘때가 아니면 즐길 수 없는 재미다
근데 밤이 왜이래?
금년엔 밤이 아람을 벌지 않는다
송이째 떨어지는 데 송이째 떨어져도 살짝 금이가서 밟으면 알밤이 나와야 하는 데 발로 밟아도 잘 까지질 않는다
한마디로 말하면 포경 이라는 말이다
포경 수술을 해야만 알밤을 볼수 있다
이런 현상도 금년 여름 장기간 이어진 더위 때문이 아닐까 의심해 본다
우리집 뒷산엔 개량종 밤나무가 많다
오래전 산주가 심었다는 데 큰 돈이 안되니 방치하다 그나마 산이 이사람 저사람에게 넘어가다보니 아예 무주공산이 됐다
우리집에서 거리로는 약 100미터 조금 넘을까 그렇다
지난해 같으면 입구 한그루에서만 잠깐 주워도 한말은 주웠다
금년은 일일이 까다보니 시간도 많이 걸리고 양도 지난해만 못하다
그래도 이게 10여분 주운 것인데 두되는 넘겠다
예전엔 "벌레먹은 장미"라는 영화가 있었는 데 "벌레먹은 밤" 영화는 아직 없는 것 같다
가끔 벌레먹은 밤이 있어 그렇지 산밤 치고는 깨끗한 편이다
밤은 고구마 맛과 비슷한듯 하면서도 고구마와는 전혀다른 고소함이 있다
견과류로서 대보름 땐 몸값이 제법 나가는 놈이다
물론 음식이란 어떡게 조리하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지지만 밤 역시 찐밤과 군밤의 차이는 많이 난다
찐밤에 비하면 군밤은 프리미엄급이라 하겠다
군밤은 껍질 까기가 쉬우니 번거로움이 없지만 찐밤은 껍질을 까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밤은 두번을 벗겨야 먹을 수 있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겉옷을 벗기고 속옷도 조심스레 벗겨야 한다
급하다고 여인의 옷도 안벗기고 먹으려들면 꼬추 피본다
밤도 겉껍질을 벗기고 속껍질 벗길 땐 조심스레 벗겨야 한다
함부로 벗기려들면 깨지고 헤진다
껍질도 속껍질 까지 깨끗하게 벗기고 먹어야 맛있지 껍질채 먹으면 떪어서 맛이 없다
가울의 즐거움 중 밤줍기는 빠지지않는 행사지만 이젠 그런 즐거움도 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토종밤이 대세였는 데 토종밤 중에도 콩밤 이라고 해서 정말 콩알만한 밤도 있었다
그것도 먹는 것이라고 서로 줍겠다며 밀치고 싸운 적도 있었다
그만큼 군것질거리가 없었고 보리밥도 배불리 먹지 못하던 시대 였으니 야생의 밤은 좋은 요깃거리였다
세상이 변하니 인간의 삶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밤 줍는 것도 밤나무가 있어야 줍지 뽕나무 밑에서 밤을 주울 수는 없다
도시화는 우리의 문화에도 그만큼 영향을 미쳤다
잊혀지거나 여건이 조성되지 않아 하고 싶어도 못하는 분둘도 많을게다
그래도 시간내어 아이들이 있다면 아이들과 함께 주말에 한번 밤나무가 있는 교외로의 여행도 좋지않울까 싶다